Prologue










‘벌룬 아티스트’에서 ‘공기조각가’로​


풍선은 둥근 형태의 라운드 풍선과 직선 형태의 요술풍선으로 구분된다. 주로 원과 직선의 조합으로 작품 전체의 형태가 만들어지는데 작품의 선을 표현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티로폼, 일회용 용기 뚜껑, 용기, 스틱 등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기도 한다.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따라 부재료를 선택하기도 하는데, 공기뿐만 아니라 물, 헬륨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. 나는 주로 공기를 사용한다. 내가 볼 수 없는 것처럼 다른 누군가도 볼 수 없는 공기가 풍선에 들어오는 순간 손의 감각으로 공기를 느껴본다. 내 경우 10대 후반부터 나빠지기 시작한 시력은 계속 악화가 진행돼 현재는 약간의 잔존 시력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있다. 그래서 어떤 형상을 만들 때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말로 설명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려가며 만들게 된다. 볼 수 있는 이들에게는 쉬운 작업이겠지만 나에게는 추상화를 그리는 것과 같은 작업이라 할 수 있다. 구체적 사물 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무형의 형상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모든 작업이 도전이다.
내 맘대로 공기의 모양이 변한다. 마치 마술사가 된 듯하다. 무형의 것을 유형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매력적이다. 그래서 풍선을 소재로 선택했고 벌룬 아티스트에서 지금의 ‘공기조각가’라는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.​


[출처] 서울문화재단 문화+서울 2016.8 vol.114 (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) 사람과 사람 - 예술가의 밥그릇 (p36~37)